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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논술 시대(중) - 학원 논술 교육의 허와 실
BOF   2005-07-29 14:01:55, 조회 : 1,478, 추천 :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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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논술 시대] 中. 학원 논술 교육의 허와 실

"붕어빵 모범답안 … 창의성 없어"

 

'생명공학의 발전'에 대한 논술에서 '줄기세포 연구는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논지의 답안을 쓴다.

'어린왕자' 중 '길들이기'에 대한 글이 지문으로 제시됐을 때, 답안에 예시로 김춘수의 '꽃'을 인용한다.

대학에서 논술 채점을 담당했던 교수들은 위의 두 경우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거나 감점 당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학원에서 배운 정형화된 논술'의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학원에서 훈련받은 논술은 누가 봐도 티가 난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학원에서는 단기간 모범답안 위주로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답안의 유형이 비슷하고 기계적이다. 실제 이런 답안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 80% 이상이 같은 답안=학원논술의 대표적 특징은 인용되는 예시나 논거가 서로 비슷하다는 점이다. 강태중 중앙대 입학처장은 "테러를 논제로 내면 그 예로 이슬람과 종교적 갈등을 예로 들고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결론짓는 게 공식처럼 나온다"며 "80% 이상이 비슷한 답안을 쓰는데 이는 자기 생각 없이 학원에서 가르친 모범답안을 떠올리면서 글을 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글쓰기교실의 김준성 선임연구원은 "동일한 내용을 읽고 논거를 제시할 때 인용되는 예시가 비슷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볼 수 없다"며 "정답 위주로 가르치니까 천편일률적인 글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몇 년간 논술채점위원을 지낸 한 서울대 교수는 "수년 전 논술에서 '어린 왕자'의 어린 왕자와 여우의 대화를 제시하고 인간 소외에 대해 논술하게 했는데 10명 중 6명은 김춘수의 '꽃'을 인용하는 등 사실상 거의 같은 답안이었다" 고 밝혔다. 그는 이 경우 창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점수를 절반 정도 깎았다고 밝혔다.

자기 주장이 확실하지 않고 양비론.양시론을 취하는 것도 학원논술이 감점 당하는 이유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얘기를 늘어놓으면, 그 문제에 대한 자기 나름의 생각이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셈이기 때문이다.

김경수 (국문학과) 서강대 교수는 "학원에서는 어떤 문제가 나오더라도 두루뭉술하게 결론을 이끌어 가는 식으로 훈련받는 것 같다"며 "이 경우 짜임새가 느슨해지고 그게 금방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못 받는다"고 말했다.

손동현 성균관대 학부대학장은 "생명공학 관련 논술에서는 '줄기세포 연구는 여기까지는 해도 되지만, 이런 것은 안된다'는 일종의 정답이 주로 눈에 띈다"며 "(정답보다는) 현실적으로 적합하지 않고 깊이가 부족해도 제 나름의 생각을 펼친 학생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학원에서 배운 어설픈 배경지식도 논술답안을 망치는 요인이 된다.

정민(국문학과) 한양대 교수는 "학원에서 단기간에 배경지식을 배워서는 그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며 "외운 배경지식을 무작정 늘어놓다 출제의도에서 벗어나는 학생들이 있다"고 밝혔다. 손동현 교수도 "무엇에 관해 논하라고 했을 때 초점에 맞추기보다는 벼락치기로 주워 들은 것을 짜깁기해서 쓴다"며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 학교에서 책읽고 토론시켜야=학교의 논술 교육이 학원 논술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기술 위주의 단기 교육이 아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장기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 논술채점 교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논술은 글쓰기 기술이 아닌 논리적 사고력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정민 교수는 "학교에서 교사가 학원식 첨삭지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신 책 읽고 토론.분석하는 훈련을 초등학교 때부터 지속적으로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육의 틀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태중 교수는 "우리 교육은 맞는 답을 찾고 기억하는 것만 중요시하는 '정답주의'에 빠져 있어 학생들의 사고력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다"며 "학생들의 적극성과 사고력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전체 교육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애란 기자<aeyani@joongang.co.kr>

획일적 교육 극복 이렇게
주제 정해 토론한 뒤 제 생각 쓰면 효과적


서울 강남의 한 국어논술전문학원 J원장은 "지금까지의 학원 논술 교육은 입시를 눈앞에 둔 학생들에게 '판에 박힌 글쓰기'와 '규격화된 사고'를 강요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한다. 그 결과 학원에서 논술공부를 한 학생들은 비슷한 답안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일부 학원은 '남들과 유사한 답안을 제출해서는 고득점을 얻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새로운 논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학교가 논술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대부분의 학원 논술 프로그램은 '읽기 훈련'에 치중한다. 글쓰기를 위한 배경지식을 얻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 학원은 최근 '글쓰기'를 최우선으로 한 프로그램 운영에 들어갔다. 배경지식도 글쓰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판단에서다. 글쓰기 훈련은 ▶논술문의 형식 익히기▶단락글 쓰기▶아이디어 생산하기▶문장 다듬기의 단계로 구성된다. 학생들의 직접적 체험이나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들을 논술문의 주제와 밀접하게 결합시켜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글을 쓰도록 유도한다.

이 학원 원장은 "논술의 시대를 맞이해 학교에서 작문 시간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논술문 쓰기에 대한 전문적인 지도가 더욱 절실한 과제"라고 지적한다.

서울 강북 H논술학원의 경우 시사 현안을 주제로 토론식 논술수업을 한다. 수업 참가 학생들이 스스로 주제를 정해 토론한 뒤 그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문으로 작성하면 강사가 첨삭해주는 식이다.

박제남 인하대 교수는 "논술교육이 학교에서 제대로 이뤄지려면 학생들이 토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그 글에 대한 상호 비판, 첨삭 지도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2005.07.29 04:59 입력 / 2005.07.29 05: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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